기존 3사 중국 시장 비중 따라 1분기 실적 극명히 갈려
중국 시장 의존도 80%인 애경산업…실적 악화 직격탄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 등 ‘2강 1중’ 구도로 고착화된 K뷰티 시장에 ‘무서운 신예’ 에이피알(APR)이 파고들며 뷰티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에이피알은 지난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국내 화장품 업계 3위 애경산업까지 밀어내며 당당히 빅3에 진입했다.
아울러 K뷰티 2강을 공고히 하고 있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업 비중에 따라 1분기 실적의 희비가 갈리는 등 국내 뷰티 업계는 안팎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뷰티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에이피알의 실적 발표를 끝으로 K뷰티 빅4는 모두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들 업체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거둔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은 해외 실적 호조에 1분기에만 2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기존 애경산업을 밀어내고 K뷰티 빅3에 안착했다. 특히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이피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660억원, 영업이익은 5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79%, 97% 증가한 금액으로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화장품·뷰티 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152% 증가한 1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의 해외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실제로 에이피알의 1분기 실적은 해외 매출이 견인했다. 에이피알의 1분기 해외 매출은 18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6% 크게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해외 실적을 넘어서는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44%에서 올해 71%로 껑충 뛰었다. 국가별 비중은 미국 27%, 일본 11%,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 11% 등이었다.
에이피알은 이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업계 3위 위상을 공고히한다는 구상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 7228억원을 기록하며 6791억원에 머문 애경산업을 이미 제친 바 있다. 업계 2강인 아모레퍼시픽(3조8885억원)과 LG생활건강(2조8506억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매출이지만 올해 ‘1조 클럽’에 들며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긴다는 계획이다.

◆ 中 사업 비중 따라 아모레 웃고 LG생건 울상 ‘희비’
이처럼 화장품 후발 주자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기존 강자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실적은 중국 사업 비중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사업 영역에서 중국 비중이 높았던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영역이익이 뒷걸음질 친 반면, 해외 사업 구조를 유럽 등 서구권으로 재편한 아모레퍼시픽은 60% 넘게 신장하며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G생활건강은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4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매출 역시 1조6979억원으로 1.8% 줄었다.
국내 매출의 경우 1조1619억원으로 4.3% 감소했고 해외 매출은 5360억원으로 4.2% 늘었다. 다만 중국 매출은 오히려 4.1% 쪼그라들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2% 늘어 11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7.1% 증가한 1조675억원이었다.
해외사업 영업이익이 69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120.5% 증가했고, 국내사업 영업이익도 494억원으로 0.6% 늘었다.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내린 '한한령'이 수년 간 이어지며, 양사 모두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발길이 뚝 끊기며 국내 면세점에서의 화장품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그동안 중국에 편중됐던 화장품 사업 구조를 얼마나 더 빠르게 다변화했느냐에 따라 실적의 향방이 갈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유럽 등의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부진을 상쇄했다. 또 미주 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며 매출이 79% 증가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매출도 3배 넘게 늘었다.
반면 해외 매출 중 약 4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LG생활건강은 1분기 중국 매출이 4%대 역성장하며 전체적으로 악화된 실적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미국 법인인 LG H&H 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865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우선 1000억원은 북미 사업 운영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머지는 미국 법인 자회사인 더에이본컴퍼니에 출자할 방침이다.
◆ 업계 3위 자리 내준 애경…“당분간 이익 감소 불가피”
반면 K뷰티 빅3 위상을 갖고 있던 애경산업은 모그룹에 의해 매물로 나오는 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애경산업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5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60억원으로 63.3% 줄었다. 중국 시장에서 화장품 부문 판매량이 이전 대비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1분기 화장품 부문의 매출액은 45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7.2% 줄었다. 영업이익도 11억원으로 88.4% 급감했다.
그동안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은 내수보다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다. 지난해 1분기 해외 시장 매출이 국내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해외 중에서도 중국 시장 매출은 전체의 70~80%를 차지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과 플랫폼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분기 영업이익(60억원)만 놓고봐도 후발 주자인 에이피알(546억원)의 약 10분의 1 수준에 그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박종대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이 1분기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중국 사업 정상화가 관건인 가운데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인해 당분간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의 해외 화장품 매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80% 수준으로 중국 소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1분기 실적 부진 역시 중국 소비 침체 지속과 재고 부담 가중에 따른 것으로 애경산업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 여부는 중국 소비 경기 회복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